스타트업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존재 가치가 있다. 문제를 찾아내는 것부터 정답에 이르는 길을 닦는 일까지 모두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화려한 ‘자소설’이나 스펙보다 실력이 중요하다. 과장된 경력이나 허황된 청사진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에 이름을 올렸던 AI 스타트업 메이아이(mAy-I)의 창립자, 박준혁 CEO는 AI를 활용해 이 세상의 문제를 풀고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서도, 소박한 로컬 카페에서도 데이터를 사용해 똑똑한 경영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든다. 다섯 살 회사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실적도 쌓였다. 박 CEO의 방법론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성실함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다.
AI 솔루션 ‘매쉬(mAsh)’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오프라인 공간의 방문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CCTV 영상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가적인 장비나 인프라 설치가 필요 없고, 도입과 확장이 매우 간편하다. 인공지능을 통해 방문객 수, 성별, 연령대, 체류 구역, 동선 등을 분석해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경험은 그동안 정성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처럼 A/B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매장 내 특정 구역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체류하지 않는다면 그 구역은 접근성에 비해 매력이 부족한 곳이다. 반대로 체류율이 높지만, 많이 방문하지 않는 구역은 접근성이 부족한 곳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간 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관건이겠다.
매장을 여러 구역으로 나눈 후 각 구역에 대한 체류 시간, 구역 간 이동 비율 등을 분석한다. 또 매장 직원이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직원들이 고객 응대를 얼마나 잘하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나아가 몇 명이 팀을 이뤄 방문했는지, 가족 단위 방문객 비율 등도 분석 가능하다.
영화관과의 협업 사례가 인상 깊다.
CGV와의 협업은 매우 흥미로웠다. 영화관에서는 상영시간 이전에 광고가 먼저 나온다. 관객 수를 파악했다고 광고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메이아이는 상영관 앞을 비추는 카메라를 분석해, 시간대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데이터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영화 시작 10분 전에는 0퍼센트였다가, 5분 전에는 20퍼센트, 3분 전에는 80퍼센트로 증가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특정 영화에 어떤 광고가 더 효과적인지도 분석하고 있다.
연구실과 현장은 환경이 매우 다를 것 같다.
현실에서 겪는 기술적 문제는 연구실과 다르다. 연구실에서는 정제된 데이터를 다루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흐릿하거나 겹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저희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후에도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프라인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장애물을 끈기 있게 극복할 수 있었다.
대기업은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할 역량이 있다. 하지만 작은 로컬숍에는 먼 얘기다.
처음에는 대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먼저 도입했지만, 그 성공 사례가 많이 쌓이면서 작은 규모의 온라인 숍들도 점차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메이아이는 작은 공간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파트너 서비스’를 런칭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돕고 있다.
분석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이 그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에서 나아가, 매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오프라인 공간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청년 창업가, 예비 창업가들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 행사가 없어서 직접 행사를 열었다. 이후 관련 컨퍼런스나 캠프, 토크 콘서트를 운영하는 소셜벤처를 창업했고, 여러 행사를 기획하며 데이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몇 명이 방문했는지, 어떤 부스에 관심이 많은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설문조사 같은 낡은 방법 외에는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상 처리 인공지능을 연구했고, 창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창업한 지 5년 반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리더십 철학이 궁금하다.
큰 회사와는 다른 방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원들이 대표의 결정을 존중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회사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팀원들과 많이 소통하고, 리더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제로에서 시작해 회사를,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모두 리더의 몫이다.
메이아이 문화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코어타임’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외의 시간대에는 회사가 팀원에게 일절 관여하지 않는 근무 방식이다. 연구하던 시절, 개인적인 경험에서 가장 효율적인 근무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물론, 회사가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정렬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 만큼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하는 시기다.
한 번에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먼저 국내에서 오프라인 공간이 데이터 기반으로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 문제를 잘 해결하면 다음 단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작은 매장들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지금 당장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는 접근인가?
맞다. 성실함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함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이 놀라운 수준이다. 메이아이의 솔루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생성형 AI가 최근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것은 맞다. 메이아이의 AI 기술은 영상 분석에 특화되어 있다. CCTV를 활용해 고객을 인식하지만, 안면인식은 하지 않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공간 데이터 분석용으로 집계 및 가공될 뿐, AI 모델에 다시 학습되지 않는다. 다만, 분석 서비스 제공에 있어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겠다.
CES에서 AI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CES 2024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가 AI였다. 메이아이의 ‘커스텀 대시보드’가 주목받았는데, 오프라인 공간의 니즈에 맞게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단순히 AI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클라이언트에게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AI 기술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까?
창업 당시 ‘세상은 점점 더 똑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전제가 있었다. 데이터를 통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데이터는 우리의 의사결정을 더 똑똑하게 만든다. 메이아이가 제공하는 데이터 역시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북저널리즘, 신아람 에디터